사랑이란
LOVERS : where is your love?
박효신 20주년 콘서트
2019.06.29 -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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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2019년 여름은 덥고 습하고 길었다. 밤샘과 덕질과 감정 소모 끝에 결국 1학기를 살아낸 후의 수양회가 끝난 날 바로 첫콘이 있었고, 그다음 날은 <알앤제이> 재연 첫 관극이었다. 완벽한 여름의 시작. 비록 예상 밖의 변수가 너무 많아 유쾌하게 맞이하지만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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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o, where is your love?
<연인>의 마지막 구간을 들을 때 나는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너고 있었다. 실제로 노을이 지고 있었는지, 혹은 노래가 만들어낸 이미지적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때 나는 해가 기울 때의 하늘색이 물에 비치는 것을 보았다. 아주 심란해서 도리어 평온할 지경이었는데도 수면 위로 어룽거리는 듯한 소리는 큰 위안이 되었다. 노래의 첫인상이 강하지 않아 역시 그의 이번 지향점이 내 취향과는 다른가 보다 했는데, 그때도 세션이 몰아친 후의 16마디만은 윤슬과 해질녘의 빛과 함께 마음에 쏟아졌다.
Lovers보다는 그리울 연에 사람 인 자를 쓴 연인戀人. ‘함께 외로울 때 우리는 연인’이라니 언제나 마지막을 바라보는 사람이 깔아 둔 주단치고는 지나치게 상냥하고 달콤하다. 이런 말 해 놓고 5달째 감감무소식이기 있습니까?????? 더 그리우라고 이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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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
<연인>의 후반 기타 리프를 떠올리면 마음이 찌르르 동한다. 공연장 가득 벅차게 울리는 찬란한 연주와 연주자들 사이, 객석의 끝부터 끝까지를 뛰어다니던 그, 끝도 없이 퍼붓던 새하얀 종이 눈꽃. 내가 이렇게까지 그 공연을 잘 기억하고 있었나-그리워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미지가 눈에 선하다. 그러면 나직하게 울리는 마지막 소절과 여운을 남기며 잦아드는 악기 소리가 떠오른다. 결코 슬프지 않은 소리. 그리고 나면 수면에 빛이 번지듯, 물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인 듯 나를 두드리던 세 음절을 떠올린다. 처음 네 마디가 나의 그 시간에 어떻게 스며들었었는지를 생각한다.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소리이기 때문에 뚜렷한 시그니처로서의 효용은 없지만 물감이 번지듯, 물에 퍼져들듯 유려한 모양새로 내 한 편에 스며들었나 보다.
(중략)
아무래도 내 지난여름은 <연인>이었음을 인정해야 할 듯하다. 이게 다 <앨리스>를 안 내준 탓이다. 올여름에도 그 기타 루프를 못 들으면 정말 힘들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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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 괜찮겠죠?
0702 첫 번째 팬미팅에 다녀왔다. 정말 피하고 싶었던 (잡고 싶어서 여길 잡은 게 아니다) 스탠딩이다. 이 정도 체력이면 구역이 얼마나 좋든 무대가 얼마나 가깝든 다 필요 없고 끝까지 정신줄이나 잡고 있는 게 관건이다. 노래건 말이건 맨정신으로 들을 수 있기만을 바랐는데 딱 하나, 록 넘버(앨리스)가 있대서 그 구간으로 다리를 보상받겠다는 심산이었다. 결론적으로 대만족했다. 락페에서도 그렇게 뛰어본 적이 없다.
신성한 경험을 했다. 이 여름의 일련의 경험과 내게로 온 생각들에 대한 ‘간증’은 네 사람쯤에게 열변을 토했던 것으로 마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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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꼭 내가 불러야 하는 그런 노래가 있어
<The Dreamer>
최애곡이다. 도입부 피아노부터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목소리가 무대와 함께 미끄러지는 내내 숨 멈추고 들었다. 어떻게 뱃노래처럼 연출할 생각을 했을까.
<겨울소리>
음원도 잔잔하게 좋아했지만 막상 무대로 보니 훨씬 좋아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었다. 곡 자체가 기승전결이 뚜렷하지도, 감정 폭이 크지도 않은데 무대의 모든 것이 그냥 너무 완벽했다. 마지막 합창과 빛이 쏟아지는 영상을 뒤로하고 유리성으로 걸어들어가는 장면이 그보다 성스러울 수가 없었다.앞 무대인 <야생화> 뒤 라라라가 한참 동안 이어지다가 <겨울소리> 마지막 멜로디가 그 위에 얹혀서 자연스레 연결되는 구성이었는데, 홀려서 같이 부르면서도 그게 <겨울소리> 멜로디란 걸 몰랐다. 그 와중에도 나직한 목소리가 눈밭에 묻힌 야생화가 부르는 노래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Goodbye>
첫인상이 좋았던 곡은 아니다. 음원이 발매됐을 당시의 나는 아마 연뮤에 몸과 마음을 바친(그보다는 보고 싶은 배우가 기약 없이 잠적 중이라 지친)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서 어영부영 듣고 넘기고 5월 즈음 호떡집에서 흘러나왔을 때도-“언니 박효신 좋아해요? 아까 굿바이 나왔을 때 좋았겠네요!” “어. 응.”- 별생각이 없었을 정도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러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콘서트 직전에 뮤비를 주구장창 들여다보고 팬미팅 후에는 본격적으로 귀에 달고 다니기 시작했다. 띄우는 음색보다는 적당히 질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를 좋아하지만, 표현을 떠나 아주 공들여 만든 음악이란 건 분명하다. 특히 가사만은 비할 데가 없을 정도로 좋다.
곡 자체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길게 말한 건 무대를 보면서는 아무 생각도 못 했단 걸 말하고 싶어서다. 그냥 잘 했다. 진짜 압도적으로 잘 했다. 해질녘색의 조명이 중앙을 내리쬐고 그 가운데 인영 하나만 오롯이 서서 노래하는, 다른 무대들에 비해 단출한 연출인데 모두가 너무 집중해서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장면 하나로 콘서트의 기억을 대신한대도 괜찮을 만큼 인상적인 노래였다.
<Gift>~<연인>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Gift> 메인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정말로 다 괜찮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그를 잘 알지 못했던 때에도 내게 그를 나타내는 단 한 줄의 문장은 “It’s gonna be alright”이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괜찮아질 거라고 목놓아 외치는 그가 조금 더 행복해 보인다.
“괜찮죠? 우리 다 괜찮겠죠? 오늘도, 내일도.”
“맞아요.”
“우리는 이렇게 함께 있으니까 괜찮아야 해요. 그쵸?”
글쎄,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게 믿고 싶다. 비록 지난겨울에는 잊어버렸었지만, 살아남아 당신의 말을 다시 기억해냈으니 한 번 더 믿어보고 싶어졌다. 다 떠나서 그렇게 아름다운 연출로 하이라이트를 <연인>의 기타 리프와 이어 버리는 걸 보고도 어떻게 사랑을 믿는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나. 세상에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 장면을 본다면 그래도 한 조각의 빛이 존재한다는 데에는 동의하게 될 거다. 그가 그 순간을 잊지 않기를 바라고, 나 또한 잊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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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on’t be lonely, my lovers.
너의 그 슬픔과 기나긴 외로움에는
모든 이유가 있다는 걸
너의 그 이유가 세상을 바꿔갈 빛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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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역사를 거쳐 온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결국 사랑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가 말했던 꿈과 마찬가지로 사랑 또한, 그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바로 여기에 있다는 말. 뻔한 말. 순진한 말. 고통의 결론이 나도, 당신도, 그들도, 그 아무도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는 마음이라니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사람이란 말인가. 하지만 어이없을 정도로 원대한 꿈(역시 그는 세계 평화를 꿈꾸는 것 같다)이 어이없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큰 감정이 통째로 와 부딪칠 때가 있지 않나. ‘음악이 선사하는 일종의 구원의 순간’ 말이다. 쏟아지는 꽃눈 속에서 -들려주고 싶은 말이자 듣고 싶은 말인 듯한-그 말들과 노랫소리들을 듣다 보면 역시 헐벗은 마음만큼 강한 것은 없다는 생각과 함께 결국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고 만다.
사랑은 객관성을 잃는 일이다. 상처받지-주지 않기 위한 거리두기를 하기엔 이미 너무 많이 알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감히 영속하는 관계와 사랑을 믿어 보기로 했다. 거대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의 존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