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710
"그 그림이 마음에 들어요?"
"네."
"... 어떤 점이?"
"이 사람, 많이 힘들었던 것 같은데요."
"... ... 왜요?"
"예술가의 감이랄까. 제 생각이 맞다면...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림으로 형상화하면 저런 모습이었을 것 같아요."
추상적인 대답이었고 조금은 괘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B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비록 상대에게 보일 만큼 짙은 색은 아니었더라도.
"여기가 끝이예요? 최근의 그림을 보고 싶었는데."
그 뒤의 행동은 E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B는 품 안에서 종이 뭉치와 펜 하나를 꺼내들었다. 펜을 움직이는 데에는 딱 일 분이 걸렸다. 슥슥 흘러가는 대로 그려지는 형체가 신기해 뭐 하는 거냐고 물어볼 틈도 없었다. 순식간에 완성된 명함 크기의 그림을 다발에서 빼내더니 E에게 내밀었다.
"... 뭐예요?"
남자는 말이 없다. 일단 받아 보라는 듯 보내오는 눈짓에 떨떠름하게 종이를 받아들었다. 고양이 그림이었다. 간단한 디자인의 커피잔을 든. 보통 솜씨는 아니다.
"이거 왜 저 주는 거예요?
"그림, 보고 싶다면서요."
"네?"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그제야 똑바로 마주하게 된 얼굴에는 작게나마 미소 비슷한 것이 걸려있던 것 같기도 하다. 돌아서 갤러리의 흰 복도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다시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고양이, 왠지 익숙한 심볼인데.
곰곰히 머리를 굴려 보다 퍼뜩 스친 생각에 눈 앞의 그림 오른쪽 구석을 눈으로 좇았다. 하얀색 고양이 실루엣이 새겨져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B. 그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