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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메모지

시간감기2


"선배, 선배, ....."

"나 괜찮아. 그만 울어."

"선배... ... ."


그녀는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을 추스르며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가쁜 호흡은 그리 쉽사리 숨겨지지 않는다. 끌어안고 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났다면 벌어질 수도 있었을 상황에 온 머릿속이 먹혀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끔찍한 감각이 손 끝에 남아 끊임없이 상황을 상기시켰다. 내 팔에 닿은 '선배'의 감각이 너무 절실해서 자꾸만 더 파고들었다.


"선배, 가지 마요."

"안 가. 아무 데도 안 가."


제 시간축을 벗어난 곳으로 가지 말아요.


칼이 날아오는 순간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반사적으로 '시간'을 잡아당겼지만 선배만 그 사이로 미끄러져 나갔다. 아주 끔찍한 경험이었다. 천운으로 급소는 피했지만 선배가 다쳤다는 건 변함이 없었고 무력감 또한 가시지 않았다. 선배는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 연신 토닥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네 잘못 아냐. 누가 누굴 감싸고 있는 건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



선배는 학교 근처 병원에 입원했다. 숨기는 데 능숙한 그녀는 찔린 상처의 크기마저 속인 모양이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직전까지 얼핏 멀쩡하게 나를 다독이더니 차에 실리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걸 확인하자마자 정신을 잃었다. 수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선배의 언질을 받았는지 완강하게 나를 돌려보내려는 A에 의해 학교로 끌려왔다. -물론 반항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눈 두 번 깜박이는 사이 학교 정문에 당도해 있었으니까.- 정규 수업이 끝나자마자 대강 짐을 챙겨들고 병원으로 갈 채비를 했다. 물론 버스로 간다. A에게 부탁하는 게 좋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선배에게 가는 걸 달가워할 리도 없고, 보충수업 끝나고 같이 가자고 할 게 분명하다.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A의 보충시간 이동경로에서 최대한 떨어진 계단으로 향했다.


"하윤아! 병원 가?"

"네."


어, 잘 다녀와. 드럼 스틱을 크로스백에 쑤셔넣고 다목적실로 향하던 지연 선배였다. 손을 흔들어 주는 선배에게 대강 고개를 숙여 보이고 다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혼자 연습하러 가시는 건가? 바로 병원으로 가지 않고? 잠깐 의문이 들었지만 1층에 도착하면서 이내 잊혀져 버렸다.



*



2인실의 한 침대는 비어 있었다. 나는 옆에 있던 스툴을 당겨 침대 곁에 앉아 양 팔을 이불에 파묻었다. 외상이 있지만 회복 가능한 수준, 극심한 정신적 및 육체적 피로. 휴식 요망. 병실로 들어오면서 간호사에게 전해들은 일련의 정보를 천천히 곱씹었다. 객관적으로 아주 나쁜 상태가 아닌데도 별 언질도 없이 2인실로 옮겨진 건 학교 측의 배려이거나, 아니면... .



160129


추가

시간을 '감는' 능력을 가진 소녀(성하윤, time winder)가 이능력 무효화 능력자(??, senseless) 선배를 짝사랑하는 이야기. 후배는 사진부, 선배는 밴드부(voc). 선배 성별은 염두에 두지 않고 쓰지만 여성 인칭대명사 사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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